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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줄거리와 설정,캐릭터 중심의 인간 드라마

by think9452 2025. 5. 12.

<D.P.>: 도망친 병사보다, 도망치게 만든 세상을 쫓는다

1. 줄거리와 설정

"군무이탈 체포조"의 진짜 임무

<D.P.>는 'Deserter Pursuit'의 약자로, 군대 내에서 탈영병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임무를 맡은 특수조직을 의미합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 드라마는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하며, 시즌1(2021)과 시즌2(2023) 모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신병 안준호(정해인). 과묵하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청년이지만, 특유의 관찰력으로 헌병대 소속 D.P.로 발탁됩니다. 그의 파트너 한호열(구교환)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선임병으로, 겉은 가볍지만 내면은 깊은 인간성을 지닌 인물입니다. 두 사람은 탈영병을 추적하는 임무를 통해 군대 내 폭력, 방임, 위계, 차별 등 은폐되어 있던 병영문화의 어두운 실체를 마주하게 됩니다.

D.P. 가 쫓는 건 단지 도망친 병사가 아닙니다. 그들은 탈영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과 그 뒤에 숨어 있는 구조적 문제를 쫓습니다. '가혹행위'나 '군기 문란'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생존을 위한 탈출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D.P.>는 단순한 군 드라마가 아닌, 한 사회의 축소판이자 병든 시스템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2. 캐릭터 중심의 인간 드라마

회피와 공감 사이에서

정해인이 연기한 안준호는 시대를 반영한 청년의 표상입니다. 군대라는 이질적인 공간에 적응하려 하지만, 탈영병을 쫓는 과정 속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억누르지 못합니다. 탈영병의 고통에 공감하면서도, 군대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딜레마는 준호를 점점 혼란에 빠지게 합니다. 정해인은 말수 적고 무표정한 준호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변화하는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그려냅니다.

구교환이 연기한 한호열은 드라마의 감정적 축입니다. 그는 경험에서 우러나는 지혜와 유쾌한 에너지로 극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때로는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왜 도망친 놈만 잡냐, 도망치게 만든 놈은?"이라는 대사는 <D.P.>의 메시지를 함축하는 핵심입니다. 구교환의 연기는 캐릭터의 다층적 면모를 훌륭하게 드러내며, 명실상부한 명품 조연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시즌2에서는 손석구(임지섭 대위), 김성균(서이강 중대장) 등의 캐릭터들이 군 내 권력 구조와 조직적 침묵을 대변하며, 이야기를 더 깊은 곳으로 끌고 갑니다. 특히 손석구는 현실을 외면하고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대위의 양면성을 뛰어난 연기력으로 표현하며 극의 중심축으로 활약합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탈영병 캐릭터들 역시 주연 못지않은 감정선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의 사연은 단편적이지 않습니다. 이들은 군대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소외되고 밀려난 존재들이며, 그들의 고통은 시청자에게 직접적인 울림을 줍니다.

3. 사회적 메시지와 연출의 정교함

현실을 직면하게 만드는 드라마

<D.P.>는 "군대는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상명하복 문화, 계급에 따른 불균형, 방관과 침묵의 구조, 피해자가 되는 선임과 가해자가 되는 후임. 이 모든 것이 드라마 속에서 현실적으로 묘사됩니다. 특히 시즌2에서는 '책임 회피'와 '제도적 무책임'이 개인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기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주며, 군대 밖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까지도 암시합니다.

한준희 감독의 연출은 다큐멘터리적 접근 방식으로, 사건을 미화하거나 극적으로 꾸미기보다 사실 그대로의 무게감을 전달합니다. 클로즈업과 롱테이크를 적절히 배치하며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고, 불필요한 장치를 덜어낸 연출 방식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또한 현장감을 살리는 세트와 음향은 시청자로 하여금 그 안의 공기까지도 느끼게 합니다.

OST 또한 무겁고 차분한 톤으로 극의 분위기를 한층 강화합니다. 미니멀한 사운드와 정적 속의 긴장감은 <D.P.> 특유의 감정선과 잘 어우러지며,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해외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넷플릭스 글로벌 랭킹 상위권에 진입하며, 군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D.P.>가 단순한 한국 군대 이야기를 넘어, '인간 대 인간'의 존엄성과 공감을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D.P.>는 군대라는 폐쇄적 공간을 통해, 우리가 외면했던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탈영이라는 행위에 담긴 무게, 방관 속에 피어나는 연대, 개인의 고통이 사회로부터 어떻게 방치되는지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정해인과 구교환의 연기, 한준희 감독의 묵직한 연출, 그리고 김보통 원작의 문제의식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